최근 정부가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과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전국민에게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뜨거운 관심 속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인당 최대 55만원, 12조원 규모의 소비 쿠폰 1차 신청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90%가 넘는 신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국민이 손쉽게 ‘공돈’을 받아 생활에 보탬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현장을 들여다보면 소비 행태는 다양하고 때로는 논란도 뒤따른다. 과연 민생 쿠폰이 진짜 ‘민생’을 살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살펴본다.
쿠폰 소비처 다양… ‘튀는’ 소비도
민생 쿠폰은 전국 38만여 소상공인 사업장 매출을 평균 2.2% 늘리는 등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사용처는 꽤나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외식, 학원비, 안경원, 미용실, 약국 등 필수·서비스 업종에 주로 쓰이지만, 담배나 보톡스 시술 같은 다소 ‘튀는’ 소비가 눈에 띄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담배는 코로나 재난 지원금 때도 ‘흡연 지원금’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쿠폰으로 담배를 대량 구매해 재판매하는 ‘담배깡’ 우려가 나온다. 세금 비중이 높은 담배 소비가 내수 진작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미용 관련 시술을 제공하는 피부과·성형외과 병원들도 쿠폰 사용처로 각광받는데, 간단한 보톡스·필러 시술에 쿠폰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민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가맹점 기준 불명확, 정보 부족에 소비자 혼란
대형 유통업체 중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은 일부 가맹점에서만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직영점과 가맹점을 구분하기 어려워 소비자 불편이 심하다. 실제로 올리브영 전국 매장 중 1371곳 중 가맹점은 149곳에 불과해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매장에서 쿠폰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메뚜기 떼’처럼 한꺼번에 몰려 일부 매장 매대가 텅 비는 현상도 나타났다.
연령·계층별 소비 성향 차이 뚜렷
쿠폰 사용 행태는 연령과 소득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30 세대는 편의점과 카페에 집중 소비하는 반면, 50~60대는 병원과 약국 이용이 많다. 또한 소득이 낮은 계층은 생필품 구입에 쿠폰을 활용하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은 학원비 등 교육비로 주로 소비한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닭고기, 쇠고기, 쌀 등 주요 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대형마트에서는 쿠폰 사용이 제한적이라 편의점에서 필수 식료품 구매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대·가정 내 쿠폰 소유권 갈등도
‘공돈’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쿠폰은 가정 내에서도 갈등을 낳는다. 미성년 자녀에게 지급된 쿠폰을 두고 ‘내 거’라며 요구하거나 가족 간 분쟁이 벌어지는 사례가 보고됐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녀 몫 쿠폰을 내놓으라 한다”는 고민이 올라오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가정과 개인은 쿠폰을 받지 않거나, 받은 쿠폰을 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가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제도적 기부 방법은 없지만, 쿠폰으로 산 물품을 소외 계층에 전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차별 논란에 인권 침해 지적도
쿠폰 지급액이 소득과 지역별로 다르다 보니 지자체별 선불카드 색상이나 금액 표기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과 비수도권 거주자는 더 많은 쿠폰을 받지만, 카드 색상으로 쉽게 구분되어 ‘불평등’과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광주시는 이런 문제를 뒤늦게 인지하고 선불카드 색상을 통일하는 조치를 취했다.
민생 쿠폰의 ‘본질’을 고민해야
이처럼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은 국민에게 당장의 ‘공돈’으로 다가오며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나, 실제 민생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소득 불평등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 행태가 다양하고 때로는 ‘비생산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세대와 계층 간 갈등, 제도적 불완전성도 드러났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쿠폰이 단순한 소비 부양책을 넘어서 진정한 민생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포용적인 정책 설계와 함께,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